‘컴맹’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일 년간 둘째 딸인 ‘나’에게 마흔세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뒤, 다시 열어본 메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가족 모두에게 건넨 자신의 이야기였다. 6.25 전쟁, 월남전, 88올림픽 그리고 아파트 재개발 광풍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질곡마다 아버지의 발자국은 작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당신의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가족의 삶도 함께 흔들렸다. 당신의 삶은 나의 가족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그에게 한번도 묻지 않았던 것일까? 이제야 나는 아버지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