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낙동강 하류에 펼쳐져 있던 기름진 평야지역에 펼쳐져 있던 백여 개의 마을에는 나라의 이름도 없고 임금도 없는 곳으로서 아홉 명의 천군이 백여 마을을 함께 다스렸다. 그 마을연맹을 강력하게 통치하는 왕이 없음에도 꿈결처럼 평화로운 나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철이 많이 나는 덕분으로 강력한 무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백제나 신라 같은 이웃의 국가들이 함부로 그 마을연맹을 넘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홉 천군 중 신천간, 오천간 아도간 등이 마을을 산책하던 중 걸인의 행색을 한 어느 노파를 마주친다. 노파는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마을연맹이 모두 쑥대밭이 될 것이니 어서 하늘에 왕을 간청하라고 경고하지만 신천간, 오천간은 누가 감히 자신들을 침략할 수 있겠냐고 웃어넘긴다. 그러나 아도간은 노파에게서 비범한 기운을 느껴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마침 그날 밤 아도간은 마을연맹의 사람들이 철을 바깥으로 빼돌린 결과, 단단한 무기로 중무장한 신라군들이 쳐들어와 마을연맹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꿈을 꾼다.